ART TOUR

봄, 예술, 여행

기본 정보
상품명 봄, 예술, 여행
상품요약정보 ART TOUR
EDITOR 김은아

올봄에 놓치면 안 될 것은 봄꽃만이 아니다. 꽃보다 화사한 예술전시가 전국에 만개한다.



스튜디오 스와인의 ‘흐르는 들판 아래’

스튜디오 스와인의 ‘흐르는 들판 아래’ 


집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홈 스토리즈>

같은 구조, 같은 평형의 아파트를 떠올려보자. 처음에는 똑같은 모습으로 지어졌던 공간이 입주와 동시에 변화를 시작한다. 결국 각자의 주인이 다른 삶을 사는 것만큼 다른 모습이 된다.


집은 개인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자 가장 개인적인 공간인 만큼, 그곳에 사는 사람을 보여주는 거울이 되기도 한다. 책으로 빽빽이 채운 거실, 대형 TV가 존재감을 드러내는 거실, 휑하니 비움의 미학을 뽐내는 거실은 말 없이도 그 주인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동시에 집은 시대를 보여주는 그릇이기도 하다. 아주 사적인 공간이었던 집이 팬데믹을 겪는 동안 공공성이라는 새로운 특징을 획득한 것처럼. 재택근무 시대를 거치며 집은 화상 회의와 수업을 통해 타인에게 공개되는 일종의 공공장소가 되었다.


현대 모터 스튜디오 부산과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이 협업한 전시 <홈 스토리즈>는 이렇게 집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개인보다 좀 더 초점을 넓혀 사회와 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시는 2000년도부터 1920년대까지 시간을 역순으로 거슬러 가며 시대상을 반영한 집을 보여준다.


건축가 리나 보 바르디의 통유리 저택


급변하는 사회를 반영하듯 인테리어에 대격변이 일어났던 1960~1980년대, 기술에 대한 동경과 자연으로의 회귀가 공존했던 1940~1960년대, 실용적인 라이프스타일이 대세이던 1920~1930년대의 인테리어를 통해 주거문화에 드러난 삶의 방식을 알 수 있다.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소장하고 있던 멤피스 책꽂이, 건축가 리나 보 바르디의 자연을 끌어안은 듯한 통유리 저택, 기능보다 형태에 집중한 핀 율의 치프테인 체어, 제한된 공간에서 극한의 효율성을 강조한 조립식 주택 요지겐 포케토 등 20여 개의 아이디어는 저마다의 시대를 특징적으로 보여준다.

사진가 세실 비튼이 소장했던 1920년대의 화려한 가구

현대에서 과거로 시간을 거슬러 가다 보면 마침내 가장 근원적인 개념의 집에 이른다. 바로 인류의 집인 지구다. 스튜디오 스와인의 작품 ‘흐르는 들판 아래’는 몰입형 설치 작품으로, 푸른 별 지구를 실내 안에 재현했다. 작가는 짙은 푸른색의 조명으로 공간을 가득 채우고, 60여 개의 가느다란 유리 튜브에 플라스마* 에너지를 흘려보낸다. 튜브는 이에 따라 혜성의 여린 빛을 만들어내기도, 풀벌레 같은 작은 울음소리를 내기도 한다.


사방이 파란색으로 칠해져 경계가 모호한 공간에서, 가녀린 빛과 소리에 집중하다 보면 드넓은 들판에서 떨어지는 별똥별을 홀로 맞는 아주 작은 존재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플라스마 : 우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자연 상태의 에너지



FOCUSE ON
미래의 집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집을 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질문. 미래의 집은 어떤 모습일까? 전시는 아이오닉 콘셉트카 ‘세븐’을 통해 그 모습을 살짝 보여준다.


자율주행, 전기차 등 모빌리티 기술이 발전하면서 차는 이동 수단을 넘어 새로운 주거 공간으로 역할 하게 된다는 것. 엔진룸이 사라지면서 웬만한 원룸 못지않게 넓어진 공간에는 라운지체어가 들어오면서 휴식을 즐길 수 있고, 천장 전면에는 고해상 디스플레이를 도입해 취미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맡게 된다. 미래의 일상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INFO
4월 6일~10월 1일,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말레이시아 작가 팡옥 술랍이 광주 시민들의 삶을 시각적으로 재해석한 <광주 꽃피우다>


예술로 맞잡는 손
제14회 광주비엔날레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

광주 전역이 거대한 미술관으로서 94일간의 여정을 시작했다. 이번 광주비엔날레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물이다. 비엔날레의 주제인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는 도가의 근본 사상을 담은 <도덕경>에서 따왔다. 이질성과 모순을 수용하는 물의 속성을 담아낸 것이다. 물을 은유이자 원동력, 방법으로 삼고 이를 통해 우리가 사는 지구를 저항과 공존, 연대와 돌봄의 장소로 이야기한다.


마오리족 전통 직조 기술을 동시대 관점에서 재해석한 마타아호 컬렉티브의 작품

비엔날레는 광주 정신을 저항과 연대의 모델로 삼는 ‘은은한 광륜’, 전통에서 근대주의적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를 찾는 ‘조상의 목소리’, 식민주의부터 디아스포라까지의 사회적 이슈를 조명하는 ‘일시적 주권’, 생태와 환경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는 ‘행성적 비전’까지 네 가지 주제로 진행된다.


                    태국 방콕의 이미지들을 콜라주한 타스나이 세타세리의 <거품탑>


이번 비엔날레에 참여하는 전 세계 79명의 작가는 물처럼 경계를 넘는다. 작품은 특정 국가나 세대에 한정되지 않는 보편성을 이야기한다. 이로써 관객들은 너의 문제와 나의 문제를 함께 머리를 모아야 하는 ‘우리의 문제’로 인식하게 된다.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민주주의와 자유를 향한 움직임, 기후재난과 전쟁 등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은 결국 ‘광주 정신’과 통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모든 형태의 억압에 대해 저항하며 연대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이숙경 예술감독 


FOCUSE ON
이숙경 예술감독 올해 광주비엔날레가 일찌감치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으는 데에는 이숙경 예술감독의 역할이 컸다. 영국 테이트 모던의 국제 미술 수석 큐레이터로 활동하는 그는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을 비롯해 유수의 전시를 기획해왔다.


무엇보다 서구와 비서구,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넘나드는 담론을 펼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도 한국에서 태어나 영국이라는 타지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이주자 큐레이터’로서의 관점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싶었다고 말한다.


“광주라는 장소를 출발점 삼아 저항, 불평등, 정의라는 키워드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예술가로서, 예술의 힘으로써 표현하는 것에 관심 있는 작가들을 모았다. 물이 오랜 시간이 걸려도 마침내 길을 바꾸고 바위를 녹이는 것처럼, 예술이 좀 더 근본적인 전환을 가져올 수 있다는 바람을 담았다.”


네덜란드 파빌리온 <세대 간 기후 범죄 재판소 : 멸종 전쟁>


주목할 만한 파빌리온
올해 비엔날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이라면 국가관이 대폭 늘어났다는 것. 캐나다, 중국, 프랑스, 이스라엘, 이탈리아, 네덜란드, 폴란드, 스위스, 우크라이나까지 9개국이 파빌리온으로 참여했다. 이는 곧 자신들만의 온전한 전시관을 통해 보다 긴 호흡으로 이야기를 펼쳐낼 기회라는 뜻. 파빌리온은 시내 곳곳에 흩어져 있으니 관람 동선을 따라 여행 일정을 짜도 좋겠다.

네덜란드 파빌리온 <세대 간 기후 범죄 재판소 : 멸종 전쟁>
전시장은 곧 거대한 법정이다. 이곳에서는 파렴치한 중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심판하기 위한 치열한 재판이 벌어진다. 가해자는 바로 기후 범죄를 저질러서 다수 종의 멸종을 일으킨 제도와 인간이다. 작가 라다 드수자와 요나스 스탈은 ‘세대 간 기후범죄법’을 통해 생태계를 재산으로, 인간을 노동력으로 여기고 착취하는 이들을 법정에 세우고, 관람객에게 배심원 역할을 맡긴다.

이탈리아 파빌리온 <잠이 든 물은 무엇을 꿈꾸는가>
작가 파비오 론카토는 광주의 장인들과 함께 빚어낸 항아리를 구워내기 전 하룻밤 동안 무등산의 폭포 아래 놓는다. 흐르는 물은 반죽을 깎아내고, 구멍 낸다. 때로는 알 수 없는 무늬를 새긴다. 이렇게 만들어진 불완전한, 그러나 끝내 살아남은 아홉 개의 항아리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9일간의 투쟁을 의미한다. 이탈리아관에서는 이렇듯 물을 매개로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 다각적으로 이야기한다.





INFO
4월 7일~7월 9일,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국립광주박물관, 호랑가시 아트폴리곤, 무각사, 예술공간 집 외




뮤지엄 산은 그 자체로 안도 다다오의 작품이다 


살아 있는 것은 모두 청춘이다
안도 다다오 <청춘>

“처음 뮤지엄 산을 의뢰받았을 때 생각했습니다. ‘누가 이런 곳에 미술관을 짓나’ 하고. 서울에서 두 시간 떨어진 곳인데 말이지요. 과연 사람들이 이런 곳에 올까 생각했습니다. 의뢰인은 사람들이 오게 만드는 건 본인들의 몫이라고 말했죠. 저는 그래도 안 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웃음).”


뮤지엄 산 개관 10주년 기념전 <청춘>의 기자간담회 현장. 안도 다다오가 특유의 소탈한 어법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러나 그의 말이 무색하게도, 간담회장은 네 대의 전세버스를 나눠 타고 온 120여 명의 기자들로 북적였다. 이날뿐인가. 뮤지엄 산은 개관 이후 매년 2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는 명소가 됐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먼 걸음을 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거장의 힘이다.


빛의 교회

안도 다다오의 작품인 뮤지엄 산에서 ‘청춘’을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이르는 대표작 250점을 통해 그의 건축 세계를 망라한다. 안도 다다오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노출 콘크리트 중심으로 “누구나 구입할 수 있는 재료로 아무나 만들 수 없는 건축을 하고자 했던” 그의 건축 철학을 보여준다.

특히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이어진 ‘도시게릴라 주택 프로젝트’는 빛과 기하학이라는 근원적 주제를 보여준다. 그의 작품세계는 개인 공간인 주택에서 공공건축으로 뻗어간다. 나카노시마 어린이 책 숲 도서관, 포트워스 현대미술관 등을 통해 공동체 일원으로서의 건축의 면모를 선보인다.


전시에서는 안도 다다오의 작품을 미니어처로도 만날 수 있다


전시 개관과 함께 뮤지엄 산에는 새로운 마스코트가 등장했다. 전시관 앞에 설치된 거대한 초록 사과가 그것이다. 이름하여 ‘청춘의 사과’라고 불리는 작품. 사과에는 “청춘은 영원하다”는 문장을 안도 다다오가 친필로 적어넣었다. 그만의 청춘론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청춘은 십 대나 이십 대처럼 어느 나이대가 아닙니다. 살아 있는 동안은 모두 청춘이라고 생각합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하고, 그것을 통해 희망을 발견하는 것이 청춘이죠. 그런 희망이 깃든 건축이 제가 하려는 것입니다.”

FOCUSE ON
뮤지엄 산 이번 전시에 특별함을 더하는 것은 장소다.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건축물에서 그의 전시가 열리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 2013년 뮤지엄 산은 안도 다다오 특유의 노출 콘크리트와 미니멀함의 진수를 만나볼 수 있는 공간.


건축물이 강원도 원주의 자연 속에서 조화를 이루는 덕분에 회색빛의 콘크리트에서도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다.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5월에는 빛의 공간이 뮤지엄 산 내의 조각공원에 새롭게 설치될 예정이다. 이는 안도 다다오의 대표작 중 하나인 ‘빛의 교회’ 축소 버전으로, 뮤지엄 산이라는 장소의 특징을 반영하면서도 관람객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공간이 될 예정이다.


INFO
4월 1일~7월 30일 뮤지엄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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